동아리 선배들 졸업 선물로 타임캡슐을 만들어봤어요
우리 동아리 선배들이 졸업한다고 해서 뭔가 해드리고 싶었어요.
4년 동안 매주 봤던 분들인데 "다음 주가 마지막 정모야"라는 얘기를 들으니까 갑자기 실감이 나더라고요. 동아리방에서 맨날 야식 시켜먹고, 축제 때 밤새 같이 준비하고, MT에서 미친 듯이 놀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졸업이라니.
졸업 선물을 꽤 오래 고민했는데, 머그컵은 너무 뻔하고 포토북은 사진 모으는 것부터가 일이고. 그러다 동기 한 명이 "타임캡슐 해보는 거 어때?"라고 해서, 반신반의하면서 한번 해봤어요.
만들어보니까 생각보다 괜찮았어요
리마인이라는 앱인데, 항아리 하나 만들어서 동아리 단톡에 초대 코드를 올렸더니 24명이 들어왔어요. 우리 동아리가 30명이니까 거의 다 한 셈이에요! 각자 추억을 하나씩 올리는 건데, 사진이랑 글을 같이 넣을 수 있어서 선배한테 진지하게 편지 쓴 사람도 있고 사진만 "이때 기억나요?" 하고 올린 사람도 있었어요.
봉인하는 순간이 좀 묘해요
추억을 다 모은 다음에 "묻기"를 누르면 봉인이 되거든요. 그때부터는 아무도 안의 내용을 못 보는데, 저도 제가 뭘 썼는지 다시 확인할 수가 없어요. 처음엔 좀 불안했는데 그게 오히려 묘하게 설레더라고요.
개봉일은 1년 뒤로 잡았는데, 그때면 선배들은 직장인 1년차고 저는 3학년이겠죠. 이걸 열면서 다시 한번 모일 생각을 하니까 벌써 기대돼요.
만드는 과정에서 분위기가 확 달라졌어요
솔직히 "앱으로 타임캡슐이 무슨 감동이 있겠어" 했거든요. 근데 막상 동아리방에서 다 같이 폰 꺼내놓고 추억을 쓰기 시작하니까 분위기가 완전 달라졌어요. 옛날 사진을 뒤지면서 "이 사진 뭐야!" 하다가 갑자기 "이때 진짜 좋았는데..." 하면서 조용해지고.
졸업하는 선배 한 분이 자기가 쓴 걸 소리 내서 읽어줬는데, "이 동아리 아니었으면 대학 생활 진짜 심심했을 것 같다"는 내용이었어요. 듣고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코를 훌쩍이기 시작하면서 결국 다 울어버렸어요.
"1년 뒤에 열어보면 또 울겠지. 근데 그게 좋은 거 아닐까."
참고로 봉인해도 항아리 안에서 채팅은 할 수 있더라고요. 안에 뭘 넣었는지는 안 보이는데, 참여한 사람들끼리 수다는 떨 수 있어요. 졸업 후에도 가끔 여기서 얘기하면 될 것 같아서 좋았어요.
물건 선물보다 반응이 좋았어요
머그컵 같은 건 받으면 찬장에 넣고 끝이잖아요. 근데 이건 1년 뒤에 "항아리 열 수 있어요"라고 알림이 오니까, 그때 다시 연락하게 되는 계기가 되더라고요. 졸업하면 다들 바빠서 자주 못 만나게 될 텐데, 이걸 핑계로 다시 모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졸업하는 분이 주변에 있다면 한번 해보세요. 만드는 데 3분도 안 걸리는데 반응은 생각보다 진짜 좋을 거예요.